서울에서 4시간 50분을 달리다 보면, 낙조가 아름다운 안식처의 섬 '가조도'가 모습을 드러낸다. 거제도에서도 아주 깊숙히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곳. 낚시인들의 성지로만 알려져 있던 이 작은섬은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되었을까?

땅속으로 숨어드는 시간 
가조도 끝자락에서 '지평집'을 만났다.
지평선 아래로 스며드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지닌 이곳은 이름처럼 저 멀리 남해의 지평선이, 지평선 아래로는 건물들이 낮게 들어서있다. 최대한 자연 안에 숨기고자 했던 건축가의 의도가 잘 반영된 모습이다.

조병수 건축가의 땅집 철학
"자연의 모습을 따라 지은 집" 조병수 건축가는 땅의 건축을 지향한다.
존재감을 드러내는 우뚝 솟은 건물 보다는 최대한 자연과 교감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땅에 건물을 낮추며 간결하고 소박한 건축물을 선보인다.

느리게 흘러가는 하루
지평집은 객실 모양에 따라 ㄱ, ㄴ, ㄷ, ㄹ,ㅁ,ㅂ,ㅅ,o 이란 이름으로 지어졌다.
모든 객실에는 침대와 책상, 냉장고 선반이 전부인 매우 심플한 공간이지만 객실의 어메니티는 서울의 여느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을 방불케한다.
발뮤다 전기포트, 앤트러사이트 드립 커피백, 제네바 스피커, 꼬또네의 침구와 타월,
이솝 어메니티와 챕터원의 디퓨저까지. 특별한 경험을 누리기 좋은 호사스러운 하루를 선물한다.
TV도, 부대시설도 없지만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이 기꺼이 수고로움을 감수하는 이유는 아마도 가조도의 계절을 품은 큰 창과
노천 히노끼탕에 몸을 담근 채 아름다운 낙조를 바라보는 시간 때문은 아닐까?